송회장님 영농일기 6월 10일
송회장님 영농일기 6월 10일
아이고, 허리야
이놈의 농사 정말로 해야 하나
이제 시작인데도 입에서는 연신 푸념이 나오고 온 몸은 파김치가 된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겪는 갈등이지만 올해는 더 한 것 같다.
내가 들어서 여러 사람 수고를 끼치게 한다는 죄책감 아닌 죄책감에 가슴이 아프기도 한다.
가만히 놔두면 관행으로 뿌릴 것 뿌리고 그렇게 모만 심고나면 경로당으로 정자나무 그늘로 부채하나들고 놀러 다니실 것인데 그놈의 친환경인가 뭔가 한다고 지랄을 하더니 온 골짝 분들 모두를 논에다 잡아두고는 피와의 전쟁을 하게하였으니 ....... 내가 이죄를 어쩔고..
신세타령을 해보지만 한여름 논에서 까불까불 거리는 장구벌레, 이상한 대가리 흔들어 제끼며 흙탕물 신이 난 투구새우, 피라미 한 마리 잡아 안고 신이난 물방개, 아침이면 진주가 빛나는 거미줄, 일 하다 목마르면 한입 남몰래 마셔보던 논물, 하얀 쌀밥에 신이 난 아이들의 미소를 난 버릴 수 없어 해마다 겪는 갈등도 신세타령도 나를 아니 나의 오기를 넘지는 못하나 보다.
미친놈처럼 땅을 사랑하고, 미친놈처럼 원망하면서 그래도 떠나지 못하는 나는 그래서 영원한 촌놈인가 보다. 밥의 가치를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그들을 이해시킬 수 없는 나의 능력이 참 작고 초라해 보여 더운 날 오유월에도 나는 춥다.
그래 흔적이라도 남기자 누군가 가 완성의 길을 가는 길에 작은 촛불이기를 어두운 길 위에 한 마리 반딧불이기를 나는 만족하리라 후줄근 땀이 젖은 셔츠에 스치는 바람 시원타.